얼마전 '사모' 호칭에 대한 논란이 제 담벼락에서 우연히 시작되었습니다. 중심주제는 아니었으나, 재미있게 궁금증있게 전개되어, 저도 이 부분이 궁금하기도 하여 몇개 찾아보았습니다.
## 사모란 호칭을 쓰면 안된다!?
집사, 권사, 장로, 목사처럼 교회 직분상에 사모는 없으므로, 목사 부인을 그렇게 불러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보다 더 나아가 성경에 없는 직분을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분들 앞에서는 사모 단어를 쓰지 말자고 주장하는 분들이 머쓱해지는 상황이 됩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 현대 교회는 성경에도 없는 직분을 사용하고 있고, 교회에서 규정하지 않은 직분 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교육전도사라는 호칭도 헌법에 없었고, 교회학교를 하는 분들 사이에 자주 호칭이 되는 총무님 부장님도 직분이 아닌 행정상의 직급을 나타내는 말이지만 직분보다도 더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사모라는 호칭을 그냥 교회 직분에 없다는 이유로 사용하지 말자는 주장은 쉽게 동의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 사모라는 호칭이 불편한 이유?
목사의 사모에 대한 호칭이 불편한 이유는 아마도, 목사의 사모를 과대하게 높여주는 의미가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와 같은 호칭이 없어서, 표준어가 아니어서가 아니라, 목사의 부인을 과도히 높이고, 목회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만연해, 별달라 보일것 없는 목회자와 부인을 높여 부르는 것에 동의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문제제기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아직도 우리 사회는, 회사에서도 편하게 상사의 부인을 사모라 칭하고, 회장님의 아내를 사모라 칭하는 것을 어색해하지 않고, 대리운전기사가 여자 손님을 가리켜 사모님으로 호칭하는데에도, 매장에서 사모님~ 부르는 것에도 이상함을 느끼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법적으로만 맞게 부르자고 한다면, 타인의 부인을 가리키는 말로, 흔하게 ‘아주머니’라고 불러야 하고, 그보다 중의적으로는 ‘부인’을 사용해야 하지만, 오늘날 누가 이런 단어를 사용해서 부르고 있습니까? 상사의 부인을 ‘아주머니’라고 부르는 하급자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는 서비스세계에서도 맞지 않는 호칭이고 우리 사회에서도 교양없는 사람으로 찍힐 것이 분명합니다.
목사의 부인을 사모로 부르는 것에 문제를 느끼는 것은, 목사에 대한 거부감, 그리고 존대함이 불편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언론상에서 수많은 목회자들의 비리문제가 보도되고 비이성적인 행동들과 상식이하의 모습들, 탐욕에 눈먼 양아치정도 수준의 모습을 보이는 목사들이 많은 현실가운데, 그런 목사가 높임 받는 것도 문제로 느껴지고, 그런 목사의 부인도 ‘사모’라는 이름으로 존칭되는 것을 못마땅해 하는 내면의 소리가 있을 것 같습니다.
## 사모의 어원
사모는 한자어로 師母입니다. 스승 ‘사’, 지어미 ‘모’, [스승의 부인]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자신에게 가르침을 주는 스승의 부인을 사모로 불렀으니 거기에는 높임의 의미가 자연 포함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의미로 사용된 말이, 이후 “남의 부인을 높일때, 또 윗사람의 부인을 높여 부를때 사용하는 단어”로 확대 사용되었습니다.(국립국어원자료)
1965년 12월18일 중앙일보 신문기사에서 이와 관련한 내용이 나타나 있는데, ‘원래 사모라는 단어는 스승의 아내에게만 쓰여질 단어였지만, (아마도 해방이후) 상관, 선배 등의 부인에게까지 널리 쓰이게 된것이 아닌가’ 지적하고 있는 기사입니다.
1973년 10월16일 경향신문 기사에는 그 당시 '사모'라는 단어가 유행이 된 것을 비꼬는 내용으로 표현한 부분이 있습니다. 1970년대 초반에도 사람들이 '사모'라는 단어를 스승의 아내가 아닌 일반적인 경우에 사용해서 그 어색함이 컸다는 의미입니다. 존경의 의미가 담긴 단어를 아무 윗사람의 부인을 표현하는 의미로 쓰니 못마땅했을 것입니다.
왜 ‘사모’라는 단어가 그 당시 갑자기 사용되었을까요? 이는 그 당시 사회상을 연구해야만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와 같은 실력은 없고 하니 70년대 상황을 유추해봤을때, 미니스커트, 문화예술, 경부고속도로, 지하철개통 등으로 상징되는 경제개발 정책에 따른 극심한 빈부격차가(한국개발연구원 통계자료에 의하면 이때가 한국사회 양극화가 가장 심했던 시기) 그 원인에 해당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추측만 해봅니다.
## 목사의 사모? 목사모, 전도사의 사모? 전도사모
이 내용을 쓰려고 자료를 찾아보다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교회안에서 ‘전도사모’라는 호칭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전도부인>을 호칭하다가 그렇게 변형된것이 아닐까 싶은데, 이 부분은 자료가 거의 없어서 조금 더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이 아니라면 아무개 전도사처럼 한자어 아무개 모자를 써서 그렇게 호칭하는 단어의 의미로 쓰인 것 같은데 그것도 확실하지가 않습니다.
1938년 동아일보 기사에 “승동교회전도사모가 기도로 병치유를 하다가 사람이 죽었다”고 전하는 사건 기사가 나타납니다. 만약 전도부인을 전도사모로 표현한 부분이라고 한다면, 이는 또 다른 연구주제가 필요한 부분인 것 같아 보여, 이는 전문영역이 아닌지라 넘어가겠습니다.
## 1980년대 처음 등장한 ‘사모’
1970년대 후반까지는 목사의 부인을 ‘사모’로 표현한 기사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렇게 부르지 않고 목사 부인 정도로 불렀을 것입니다. 그런데 1982년 7월 30일 경향신문에서 처음으로 ‘사모’라는 단어를 써서 목사의 부인을 표현했습니다. 이는 경향, 동아, 한겨례, 매일경제 신문에서 1920년대 기사부터 검색했을때 처음 확인한 내용입니다.
牧會者(목회자)부인 여름학교 開講(개강) - 1982.07.30경향신문7면생활/문화기사
커리큘럼은 매년 학교측에서 당시 상황들을 참작,마련하고있는데 이번 과정에서는「사모와 자녀교육」「목회자설교와 부인」「지도자의 여성」「교회안에서 여성활동」「표징학」「목회자와 사모의 자세」...
기사 제목이 ‘목회자 부인’으로 나갔는데, 그 안의 커리큘럼은 ‘사모와 자녀교육’이라는 이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교회안에서 목회자 부인을 부를때, 우리의 보통 인식처럼, 목회자 부인이라고 호칭하였는데, 70년대부터 시작된 사회적 변화의 흐름에 맞게 ‘사모’라는 이름도 교회안에서 사용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볼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 교회안의 목회자에 대한 교인들의 존경심이 컸던 시기이기 때문에 목회자 부인을 사모로 부르는 것에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 목회자 부인, 사모
목회자 부인을 사모로 부르는 것은 위 언론 기사만 봐도 1980년대 초부터 교회안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 이후 줄곧 교회안에서 목사의 부인을 사모로 불러왔습니다. 언어의 사회적 기능을 고려해봤을때 사모로 부르는 것은 시대의 경향을 따라가는 문제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국어사전에도 처음에는 없었던 ‘상사의 부인, 친구의 부인’을 부르는 호칭으로도 정의가 되어 있습니다. 짜장면이 거센소리가 표준어가 아니어서 자장면으로 발음해줄것을 공중파 방송을 통해 홍보를 하기까지 했는데, 나중에는 그 말을 오히려 국민들이 더 사용하는 것을 감안하여 짜장면도 표준어로 제정한 것과 같은 맥락의 문제입니다.
더구나 일반 사회에서도 상사나 존경할만한 분들의 부인을 ‘사모’로 호칭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회안에서 성도들의 존경을 받아왔던, 또 받고 있는 목사의 부인을 ‘사모’로 부르는 것에는 크게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일제시대가운데 목회자의 역할, 독재 속에서 투쟁하며 교회를 지켜왔던 목회자에 대한 인식을 생각해보면, 사모 호칭 문제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교회안의 목사에 대한 인식 문제가 사모 호칭 문제까지 함께 끌어가고 있습니다. 자기 몸과 재산을 헌신하여 교회를 개척했던 1세대 목회자들이 물러나고, 2세대 목회자들이 교회의 리더로 나타나면서 생겨나는 장로들과의 헤게모니 쟁탈전과 같은 문제가 이를 더 크게 인식하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더불어 현대는 남편이 누구이냐에 따라서 자신의 존재가 인정받는 시대가 아니고, 여자들이 자신의 전문 영역과 능력에 따라 인정받는 시대이기 때문에, 교회안에서 아무런 역할을 감당하지 않는 목회자 부인을 그렇게 존경어린 호칭으로 불러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듭니다.
그러나 목회자 부인의 직분 없는 문제로 지적이 되는 부분이라면 이는 논지가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생겨납니다. 교회에서 목사를 부른 것이지 사모까지 교회를 위해서 헌신하라고 부른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 교회에 부임해가는 목회자는 그 부인과 자녀들까지도 교회에서 열정페이와 헌신강요를 요청받고 있습니다. 교회 성도중 아내만 믿고 남편이 믿지 않는데, 교회 나오는 분은 집사로 호칭할 수 있는데, 남편은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그분도 교회안에서 규정된 호칭대로 불러야 할까요? 그러나 그런 규정이 있습니까?
이와 마찬가지로, 목사의 부인을 호칭하는 문제도, 교회안에서 사역하는 목사의 부인되는 사람을 공식적으로 부를 이름이 적절치 않고, 또 교회가 목회자를 지도자로 알고 존경심을 담아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이전부터 불러온 사모로 부르는 것은 그리 크게 어그러진 문제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문법에 어긋난다거나 직분상에 없다는 표현을 하며 사모가 안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라면, 현재 다른 사람의 부인을 ‘아주머니’, 또는 ‘부인’ 이런 식으로 호칭해야 주장의 일관성이 입증될 것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언어의 사회성을 망각한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목회자 사건사고가 뉴스에 자주 언급되고, 목회자의 이미지가 땅에 떨어진지 오래 되었지만, 그렇다고 그동안 편하게 목회자 부인을 불러온 이름을 급격히 다른 대체어로 급을 낮추어 불러야 한다면 그것은 자신의 주장에 앞서 먼저 사회 공동체에서 합의되어야 하는 문제이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교회와 사회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사모를 대체하는 평이한 부담없는 단어가 있다면, 아마도 이 땅의 사모들 스스로가 그 이름을 선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교회에서 사모라는 위치는 성도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또 그 남편인 목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엄청나게 고통스런 자리이고, 자신의 삶을 묻은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모님이라는 소리를 들어서 대기업 회장의 사모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목사 사모로서 부담감 백배인 이 호칭은 공동체가 다른 것으로 대체해주는 것을 원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목사가 자기 부인을 ‘사모’로 호칭하는 문제
사모가 교인들에게 자기 남편을 ‘우리 목사님이...’라고 표현하거나, 목사가 자기 부인을 ‘우리 사모가’라고 표현하는 것은 오래전부터 예법과 문법에도 맞지 않는 표현이라고 지적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표현이 사실은 오히려 겸손과 예법을 찾으려는 시도에서 표현된 말인 것은 이해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최 모 부목사가 담임목사에게 나이어린 다른 김 모 부목사의 이야기를 전할때, “목사님! 김목사님이....”라고 말하는 것과, “목사님, 김목사가...”라고 말하는 것 사이에 혼란이 있어 쉽게 선택을 하지 못합니다. 이는 군대에서도 동일한 경우인데, 사실 예법상으로는 높은 분앞에서 낮은 사람을 하대해서 호칭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모든 상황에서 그렇게 통용되기 어려워 실상 그렇게 사용되지 못합니다.
마찬가지로, 사모가 성도들에게 자신의 남편인 목사를 소개할때, 제 남편이라고 호칭하는 것이 단순히 문법적으로 맞기 때문에 괜찮다고만 보기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성도들에게 목사는 그 교회를 책임지고 있는 분이고, 사실상 모든 사람들의 공유의 재산(?) 처럼 혼자서 어찌해서는 안되는 상징적인 위치를 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모가 자신의 남편이라고 호칭하는 순간 목사가 어느 한 여자의 남편이 되는 느낌이 성도들에게는 이질감으로 느껴지고, ‘우리 목사님’인데 개인 소유를 주장하는 어색한 느낌을 가지게 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대통령을 잘 안다고, 어떤 사람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대통령의 이름을 하대하고 편하게 불렀다면, 그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줍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라를 호칭할때에도 ‘저희 나라’로 겸양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우리 나라’로 호칭해야 맞는 표현입니다. 나라는 개인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자기 혼자 낮추어 표현할 대상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와 동일하지는 않지만, 목사는 교회에서 다분히 그와 같은 역할과 사역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언론에서 보여지는 10% 미만의 이상한 목사들과는 다르게 대다수의 소규모 목회를 감당하고 표준시급에 해당하는 돈도 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80~90%의 대다수 목사들은 헌신적이며 성도들을 자기 가족처럼 대우하고 모든 것을 내어놓고 사역해가고 있습니다.
목사가 또 사모가 자기 부인과 남편을 부를때 그런 호칭을 쓰는 것은 몰라서가 아니라, 교인들을 높이는 측면에서 그렇게 사용하는 부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 개인적으로는 그런 표현이 더 어색하고 그것이 그리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제 아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 아내도 저를 가리켜 ‘제 남편은’이라고 호칭합니다. 목회자가 공동체에서 성직자로 보이기보다는, 공동체의 리더로서 헌신하고 대표하고 사역할 수 있으면 그것이 더 좋다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사모라는 호칭은 써서는 안되는 호칭이 되거나, 그것이 격에 맞지 않거나, 문법에 맞지 않거나 하는 등의 주장에는 동의가 되지 않습니다. 성도들도 편하게 사용해왔던 호칭이고, 또 대체할만한 다른 이름이 있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사모님’이라는 호칭이 희화화 되어서 어색하고 비난의 대상이 되는, 목회자의 부인으로서 온당한 이미지가 형성되는데 방해가 되고 있는 느낌입니다.
다른 이야기이지만, 저는 이미 불명예의 이름이 되어버린 ‘목사’ 호칭 대신에 다른 것을 사용하고 싶습니다. 사회에서 목사 타이틀로 복음 전하는 것도, 다른 문화권에 들어가 사역하는 것도 더 어렵고 도움도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른 적절한 이름이 아직은 없습니다. 그리고 저 혼자 결정한다고 되는 문제도 아닙니다.
결론은 목사가 더 잘해야 겠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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