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예배당, 새로운 목회 패러다임으로서의 시도>
이길주 목사 (CSI BRIDGE 대표)
코로나로 인해 언론에서 예배당을 공유한다는 교회의 사례가 소개되었을때, 나는 예배당을 공유해서 사용하는 문제가 교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할것이고 또 다시 건물교회 중심의 패턴으로 들어가게 하는 해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높은 월세와 교회의 어려운 상황때문에 함께 예배할 장소가 없이 흩어질 수 밖에 없는 교회의 상황을 돕는 감사한 일이라고는 생각했다.
최근에 공유예배당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또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그동안 신학교 졸업생들의 재능목회, 새로운 패러다임 목회를 준비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가는 곳마다 이야기하고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CSI Bridge 첫 프로젝트가 바로 이 일이었는데, 전통적인 교회관과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이 일은 쉽사리 진행되지 못했다. 그런데 공유예배당이 이 프로젝트의 한 부분을 도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한국교회의 목회자 수급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사가 되는 사람들은 해마다 1000명이 훨씬 넘는데, 그들이 사역할 교회는 점차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한국교회를 지탱해왔던 건물교회라는 교회사역 세팅의 포화지점에 이른 것이고, 대사회적인 이미지 실추로 인해 더이상 통하지 않는 교회가 된 탓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고령화 사회와 성도들의 나빠진 경제사정도 부가적인 이유도 될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건물교회로만 들어가길 꿈꾼다면 이런 복잡하고 안타까운 상황은 계속 유지될 것이고, 현재 한국교회를 어지럽히고 있는 여러 목회자들의 탄생도 반복될것이고 이미지 실추는 반복되어 나타날것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사회 곳곳에 침투해서 사역하는 목회자들과 목회 형태가 충분히 나타나야 할 시대다. 교단에서는 그와 같은 사역의 형태도 교회로 인정하고 지원하고 적극 양성해야 할 때이고 사실은 이미 그 시기가 늦은감이 있다.
새롭게 목회 환경을 바꾸어 대사회적인 복음 전파와 하나님나라 구현을 이루어가야 할 시기에, 예배당 공유는 단순한 이슈이기는 하지만, 이와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 목회의 기반을 제공해줄 수 있는 부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코로나로 인해서 건물교회 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을 목도한 지금은 온라인을 통해서도 사역이 충분히 가능함을 경험했고, 건물이 기반이 되지 않아도 되는 것을 전제하겠지만, 아직도 무슨 일을 하든 그 사역의 기초는 장소이고 건물이다. 다만 그 건물이 목표가 되는 과거와 같은 시스템을 지양해야 하는 부분이고 그렇다면 이와 같은 기초 사역의 베이스를 담당하는 건물공간을 공유하는 것은 새로운 목회를 지원하기에 충분한 시스템이다.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회지로 나가야 하는 사역자들에게, 부목사생활을 마치고 새롭게 개척해야 할 목회자들에게 공유예배당이 시스템으로 주어진다면, 그들은 장소를 마련하고 또 그곳을 채우느라 목회 전반을 걸어야 하는 고리를 끊게 해줄 것이고, 안정적인 장소에서 자신이 원하는 목회를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게 된다. 월세 걱정없이 자신의 독창적인 사역을 해나갈 수 있다.
큰 교회가 가지고 있는 건물 자산을 이런 새로운 목회사역을 위한 공유예배당으로 내어놓고, 신학교를 졸업한 목회자에게 또는 목회팀이 이용할 수 있게 해주고 목회시스템적으로, 또 그 사역을 지원하는 재정적인 부분으로 지원해준다면, 한국교회 목회 현실을 바꾸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작은교회에서도 과도한 월세 부담을 경감시키고 주중 비어 있는 공간을 활용하는 측면에서 에배당 공유는 이런 새로운 목회를 마련해가는 부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장소를 함께 사용하는 부분과 장소의 한 부분을 내어주는 것은 상황이 좀 다르다. 현재 예배당 공유는 작은교회에서는 한 장소를 시간을 나누어 같이 사용하는 사례로 나타나고 큰 교회에서는 장소 한곳을 빌려주는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작은 교회에서 예배당을 공유하는 형태는 한 교회 공동체의 생존문제를 돕고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공간으로서 방점이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 교단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100명이상 300명이하의 성도가 있는 20%에 해당하는 교회에서 한 장소를 내어주는 형태로 진행이 된다면 새롭게 목회를 개척해나갈 목회자들을 통해서 새롭고 다양한 목회 형태가 펼쳐지지 않을까 한다.
지금도 건물교회의 부흥이라는 환상을 붙잡고 나가는 목회자는 시대 정신에 맞지 않다. 시대변화도 더이상 그와 같은 현상을 보여주지 않을 것이고, 복음의 사회속 침투라는 측면에서도 그 기능은 잃어버린지 오래다. 이제는 당연히 새롭게 재능에 맞는 사역으로 사회 곳곳에 침투해가는 사역이 필요하다. 그와 같은 종합적인 프로세스는 CSI Bridge에서 준비한 것으로 하면 좋겠고, 예배당 공유는 그나마 다른 것보다는 좀더 쉽게 접근해갈 수 있으므로, 각 교단에서 시행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사실 예배당공유가 특별한 한사례처럼 보여지고 있지만, 이는 부동산문제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과 해답이 포함된 문제다. 우리 사회의 뿌리깊히 박혀 있는 문제 해결은 부동산에서 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사실을 한국민이라면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시도가 맘몬에 사로잡혀 있는 한국교회에 새로운 방향성으로 나타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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